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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시후기

2020전시 박노해 사진전 길 THE PATH(라카페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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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전 길 THE PATH / 라 카페 갤러리

2020.09.01 ~ 2021.03.07

화요일 ~ 일요일 11:00~22:00 (월요일 휴관)

무료 전시

 

지난 20년 간 지구의 유랑자로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의 <길 THE PATH> 사진전에는 길 위의 풍경과 삶이 담긴 흑백사진이 전시됩니다.  사진과 함께 소개된 글을 함께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길 THE PATH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ALONG THE ALLEYS OF WEEPING EARTH

나는 많을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걷는 길은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찬비가 내린다. 나에게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눈물방울.

걸어서 먼저 생을 완주한 나의 동지들이 폭음 속에서 내 품에 안기던 여윈 아이들이

영혼의 총을 들고 산으로 가던 소녀 게릴라들이 그만 등을 돌리고 싶은 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눈물이 길이다. 눈물이 길이다.

눈물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

눈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라.

 

 

 

 

 

 

우리 모두 길 위의 사람들. 누구라도 이 지구별에 목숨 받고 태어난 날, 이번 생에 꼭 해야만 할 소명이 있어 자기 운명의 길 하나 품고 나오지 않았던가.

 이 우주 역사에서 단 하나뿐이고 단 한 번뿐인 내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길'이 아닌가.

아,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잃어버렸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되고 말았다.

다들 가는 그 길을 앞서가고자 달려가는 달려갈 때, 길은 나를 지나쳐 버린다. 나는 나를 지나처 버린다. 먼 곳으로, 더 깊고, 먼 곳으로, 길을 찾아 걸어온 나의 유랑길은 실상 '길을 잃는 일'이었다. 나는 기꺼이 길을 잃어버렸고 비틀거리며 헤맸다. 길을 잃어버리지 길이 내게로 걸어왔다. 하나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 나만의 빛나는 길은 잘못 내디딘 발자국들로 인하여 비로소 찾아지고 길이 되는 것이니.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는 너에게로, 아직 내가 모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로."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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