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 전시후기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국제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1. 12. 25.
반응형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Louise Bourgeois : The Smell of Eucalyptus

2021.12.16 ~ 2022.01.30

국제갤러리

무료 전시

지난 2010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르주아는 전 생애 동안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으며,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기존 미술의 형태적, 개념적 한계는 물론 초현실주의와 모더니즘 등의 주류 미술사조를 초월하는 사적이고도 독창적인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되는 특정 작품의 개별 제목이기도 한 제목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는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에서 특히 주요하게 조명되는 기억, 자연의 순환 및 오감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192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써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나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더 나아가 유칼립투스는 작가의 추억 기제를 촉발하고 과거를 현재로 소환해낼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기도 하다(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상징적으로 쓰인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이다.

특히 <내면으로 #4> 연작은 부르주아의 후반 형식 및 주제 실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제작한 <잎사귀 (#4) Leaves (#4)>, <너울 Swaying>, <통로들 (#3) Passages (#3)>, <높이, 그리고 더 높이 Up and Up> 등 동일한 원판을 기반으로 손수 칠해 만든 대형 판화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간 도상학적 어휘록을 설정했던 셈이다. 부르주아는 일기 등 자신의 글에서 발췌한 텍스트 파편들을 이 작업들에 녹여내곤 했다. 이러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합은 부르주아와 판화의 평생에 걸친 인연의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찍이 1947년에 그는 9개의 판화를 9개의 수수께끼 같은 우화와 짝을 맞춘 작품집인 『그는 완전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He Disappeared Into Complete Silence』를 출간한 바 있다.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4

https://www.kukjegallery.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