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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시후기

김선두 개인전 (학고재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0.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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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개인전 김선두

2020.01.22 ~ 2020.03.01

학고재갤러리

무료전시

 

 

김선두는 바탕 작업 없이 색을 중첩해 우려내는 ‘장지화’로 일본, 중국의 재색화와 구별된 독자적 화풍을 발전시켰다. 장지 위에 분재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으며 깊은 색을 이끌어낸다. 느림의 미학이다. 옅은 색을 단계적으로 올리니 작업 과정에서 수정이 쉽다. 불완전함과 시행착오를 포용하는 화면이다. 공들여 쌓은 색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촘촘하고 튼튼한 장지가 물감을 깊이 머금어 발색이 곱고 그윽하다.

 

중앙 : 느린 풍경 - 덕도길 (2019) / 우측 : 별을 보여드립니다 - 호박(2019)

< 느린 풍경 - 덕도길 > (2019)

김선두는 자신의 색을 한국의 묵인지와 고추장에 비유한다. 맵지만 겉절이처럼 화끈거리지 않는 빛이라는 것이다. 화면 중앙 하단에 자리한 반사경이 눈에 띈다. 두텁게 중첩한 배경의 붉은 빛과 달리 매우 옅은 농담으로 그렸다. 수채화처럼 가볍게 표현해 배경과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차를 운전하다 굽은 길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고 반사경을 살피게 된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다. 비로소 주위에 '느린 풍경'이 펼쳐진다. 새로운 각도와 반경의 세계다. 삶에도 이러한 순간이 필요하다. 가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어 서야 지나칠 뻔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직진을 방해하는 신호를 만나야 쉬어갈 수 있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 별을 보여드립니다 - 호박 > (2019)

찬란한 배경색 위에 ‘낮별'을 촘촘히 수놓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종종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고 산다. 별은 언제나 하늘에 떠 있지만, 환경에 따라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현상이 본질을 가리는 일이다. 김선두가 새긴 별은 본질을 기억하자는 제안이다. 세상의 진리와 이치를 별에 비유하고자 했다.

 

화면 위 시든 호박 줄기들이 여럿 서 있다. 사람이 쓸모를 위해 키우던 농작물이다. 땅에는 음료수 캔, 과일 포장지 등의 쓰레기가 나뒹군다. 탐욕과 집착을 비워낸 공산품의 껍데기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탐진치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번뇌를 떨쳐내야 열반에 이를 수 있다. 욕망과 잡념을 버린 풍경 위 하늘 위에 비로소 별이 가득하다.

 

 

 

 

 

 

 

 

행 - 아름다운 시절

 

< 행 - 아름다운 시절 > (2019)

60대의 김선두가 스스로가 가장 빛나던 시절, 20대 후반을 회상하며 그린 자화상이다. 장지에 엷은 먹을 여러 차례 먹여 배경을 마련했다. 뚜렷하고 간결한 윤곽으로 표현한 젊은 날의 두상이 정면을 응시한다.

 

작품 하단에 월요일부터 일요일을 뜻하는 알파벳을 나란히 적고, 그 위에는 매일의 일정을 흐릿한 글씨로 새겼다. 세 달의 삶을 쓰고 지운 흔적이 먼지나 구름처럼 뿌옇다. 세월에 따라 사라지고 잊히는 매일의 삶,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기록해 기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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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김선두는 1958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2년 중앙대학교 한국화고~ 졸업한 후 1984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증이다. 금호미술관(서울), 워싱턴 한국문화원(워싱턴 D.C.J. 학고재(서을; 상하이)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문화역서울284(서울), 일민미술관(서울), 광주시립미술관(광주)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잠가했다.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 표지를 장식하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아 대중적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지난해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제2회 김홍수 우리미술상, 제3회 부일미술대상, 제 12회 석남미술상,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서울), 호암미술관(서울)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학고재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http://www.hakgoj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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