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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시후기

강한별 개인전 색을 먹는 몸(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by 통통돈까스 2020.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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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별 개인전 : 색을 먹는 몸

KANG Han byul : Body Eats Colour

2020.02.04 ~ 2020.02.25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무료전시

 

 

 

 

 

 

< 전시소개 >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한 마을에 힘바 부족이 산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색재의 세상을 본다. 색을 구분하는 언어의 범주가 다르기때문이다. '바파'는흰색과밝은노란색을가리키는단어다. 일줄의색이다.'주주’는어두운명도의색을크게포괄한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자연의 색재다. 파란색과 초록색을 한 데 묶어 '부루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들은 두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남부’는 미묘하게 다른 조록색 법주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조록의 명도 자를 한눈에 짚어내는 이유다. 타고난 지각 능력은 환경에 따라 발달하거나 퇴화한다. 사고방식에 따라 인지의 범위가 달라진다. 시야 너머로 이름 없는 빛들이 지나쳐 간다. 굳은 시각 탓에 많은 장면을 놓지고 있다. 강한별은 감각을 곤두세운다. 대상의 이름을 잊고 낯설게 본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새로운 언어를배우는것같다. 생경한발음으로 심상을 전하는 말하기다.강한별은세상을 색으로 옮긴다. 문법은 단순하다. 눈으로 삼키고, 손으로 뱉어낸다. 화면이 색을 먹고 자란다. 〈색을 먹는 몸 2〉(2020)는 작업실 창밖에 핀 금잔화를 소재로 한 회화다. 특유의 향기가 뱀을 내몬다고 하여 뱀꽃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혜의 상징인 뱀을 쫒는 금잔화처럼, 아는 것을 다 잊고 그리려 했다. 아이의 마음으로 관념을 떨쳐내고 풍경을 본다. 붓이 모양율 지우고 색채를 개어낸다. 뱀의 형상이 어렴풋하다. 직관적인 붓질이 사유를 뒤덮는다. 〈색을 먹는 몸 4〉(2020)의 밤 풍경 속, 금잔화가 꽂잎을 오므리고 뱀이 자취를 감준다. 감성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어둠 속 꽂술이 별처럼 빛난다.


강한별은 화자보다는 청자다. 눈을 감고, 눈꺼풀을 투과하는 빛을 본다. 풍경이 피부에 스민다. 화면은 주장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단지 놓인 자리의 색채에 물든다. 시선을 오래 머금은 장면일수록 추상에 가까워진다. 〈나이스바디〉(2014/20)는 세 개의 캔버스와 두 개의 통나무로 이룬 설치다. 자연이 빛은 통나무가 기하학을 닮았다. 프랑스 니스에 머문 경험을 소재로 한 작업이다. 이국에 깃든 몸을 떠올리며 중의적인 작품명을 지었다. 도형의 경계마다 색이 침투한다. 들풀처럼 자란 색을 연필선이 보듬는다. 수용은 때로 밀어내기보다 어렵다. 생각의 근육을 이완해 융통성을 마련해야 한다. 부드러운 관절을 지녀야 유연하게 품을 수 있다.


회화의 언어에는 문장이 없다. 약속된 어휘의 범주도 없다. 자유로운 형용과 수식이 화면을 매운다. 그리는행위는 마치 감각을 통역하는 일 같다. 관념의 범위 바깥율 탐색하는 과정이다. 조금 더 많이 느끼고 넓게 담아야 참신해진다. 붓의 진동이 심상을 전한다,. 목적 없는 그리기를 이어 가면 그리기 자체가 목적이 된다, 강한별의 화면이 자연을 먹는다.

- 박미란 학고재 큐레이터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 22-3

월요일 휴관

http://hakgoj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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