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창 개인전 : 한 번의 키스
Kichang choi : One Kiss
원앤제이갤러리
2020.02.11 ~ 2020.03.08
화요일 ~ 일요일 11:00~18:00(월요일 휴관)
무료전시
"한 번의 키스가 존재의 균열을 낸다"는 장 뤽 낭시(jean Luc Nancy)의 표현처럼 < 한 번의 키스 >전에서 최기창은 우발적으로 우연으로 시작되는 관계의 신념과 감정들, 다시 말해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들이 만드는 흔적과 그 이면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님은 이번 전시의 작품들 중 일부는 철판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평평한 면 위에 진짜 녹슨 것이 눈으로 보이고 질감도 확인할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2층 전시장에서 노래 가사에서 추출한 노래 가사들을 보면서 어떤 노래에서 가져왔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 전시소개 >
누구나 나만의 사랑은 순수하고 유일하다 믿곤 하지만 그것이 시작되는 모습은 우발적이거나 우연적인 특성을 보인다.
또한 어 떤 이유에서 시작되었건 간에 그 사랑을 자발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장 뤽 낭시의 에세이 「산산조각 난 사랑」의 한 구절 ‘한 번의 키스가 존재의 균열을 낸다’에서도 느껴지듯, 한 번 시작된 사랑은 모든 것을 중지시키고, 조각내어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시키는지 모르겠다.
온전한 (나만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업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텍스트를 소재로 시각화한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의 이면을 이미지화한 작업이다. 세 개의 전시
충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는 17개의 텍스트 작업은 모두 노래 가사에서 추출한 사랑의 문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 군가, 찬송가, 유행가의 가사에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맹세와 다짐, 애증과 연민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노래들은 시대와 세대의 경계를 넘어 불리고 또 불러진다 사랑을 담은 가사들은 반복되어 불리는 횟수만큼 변질되고 오염된 언어가 되며 또다시 누군가의 ‘나만의 ’ 순수를 고백하는 수단으로 영원히 인용되는 사랑의 반복적 속성을 보여준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인 이미지 작업은 사랑과 맹세의 이면 혹은 대척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조각상 이미지를 차용한다. 이것을 120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분절된 이미지로 재구성한 〈피에타〉는 작은 망점으로 또다시 파편화되어 있다. 이 작업에서 망점 기법은 분절되고 벌어진 틈을 보여주며 부식되어 파고들어간 존재의 균열을 담아내고, 멀리 서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가까이서는 오히려 매우 추상적인 색점만으로 보이는 이중의 시각효과를 드러내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아마 우리는 다시 마주치더라도, 서로를 알아보지는 못할 것입니다〉*는 바다 이미지를 담은 삼면화 형식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3개의 화면으로 나뉜 것이 아닌, 같은 바다의 조금씩 다른 세 가지 다른 모습의 담고 있는 이 삼중 이미지는 니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는다. 자신의 사상이 바그너로부터 기인한다고 까지 했던 니체가 어느 날 불쑥 바그너에게 절교의 의미로 보낸 편지에는, 동반자적 사랑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순간, 스스로 사랑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 수반될 것인지를 예견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인지 불가의 상태가 되려는 니체의 비정함처럼, 무언가를 기억하기보다 무언가를 잊은 상태가 되어 마주해야 하는 어떤 이들에게 바다는 극복할 수 없는 거리에 대한 어릿한 질문이 된다.
16개의 이미지로 나열되어 있는 <미래보다 나은>는 ‘드로우 드로잉’이라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업이다. 주사위 놀이처럼 철판 위에 자석을 하나씩 던지고 자석을 붙여 놓은 채로 작업을 완성해가는 이 방법은 가볍게 던진 자석이 완료된 작업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또 다른 작업 〈신의 창조〉와 유사한 범주에 놓인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천장 벽화의 일부를 차용한 이 이미지는 불손하게도 신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아담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바꾸어 놓았다. 두 작업 모두 우연한 생성과 지속적인 혼적들 사이에서 별자리 이야기를 엮어내는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멀찌감치 보이는 〈두 봉우리〉는 각각의 화면에 오르는 산과 내려가는 산의 모습의 관점을 담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어 된다 말이 없는 봉우리들은 다만, 생율 담보로 하는 수많은 도전에 대해 어떤 봉우리로 향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있다. 이렇듯, 최기창의 개인전 《한 번의 키스》는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관계 맺음 에서부터 생성과 소멸에 대한 사랑의 흔적과 이면들을 포괄적으로 내포하며 이중, 삼중 겹쳐져 있다.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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