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예술공간수애뇨339
2020.02.07 ~ 2020.03.15
화요일 ~ 일요일 11:00 ~ 18:00
무료전시
< 유한이 >
유한이는 자칫 딱딱하고 건조할 수 있는 도시 일상에 삶의 온기와 넉넉한 기운을 부여하고 환기시킨다. 화면가득 스민, 사물을 대하는 그의 따스한 호흡은 잔잔한 여운과 울림으로 다가온다. 삶과 사물로부터 멀리 빠져나오거나 가까이 들어가 바라보고 잡아낸, 넉넉한 그의 사물시선은 마치 심문(心紋)처럼 화면 속에 울림으로 자리한다. 생을 긍정하고 완상하며 보다 넉넉하게 살아내려는 의지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 백진기 >
백진기는 돌의 숨결과 성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늘 조심스럽다. 어루만지듯 따라 들어가고 그들의 화답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정한 방향성과 함께 맺힘을 보이는 이유다. 때론 칼로 나무를 쳐내듯 단호하게 끊어 치고 내리친다. 마치 흑백의 강렬한 목판화를 보는 듯 칼맛나는 표면질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과 반듯한 사각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부조작업은 우주의 질서와 기운, 신성과 종교적 절대 미감, 숭고미 등을 연상케 한다.
< 송하나 >
송하나는 전단지 속 상품 이미지를 오려내고 그것을 다시 오브제화한 후 지지체에 얹어나가는 특유의 제작방식과 형식을 통해 일상 속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펼쳐왔다. 마치 공작이 깃털을 펼친 듯 이야기 가지를 펼치고 이어간 송하나의 제작 방식은 평소 깊이보다 넓이를 강조하는 그의 오랜 소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송하나의 이런저런 화면 속에는 딸로서 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내는 삶의 풍경과 가쁜 숨이 상징적으로 켜켜이 중첩되어 있다.
< 거리홍 >
머리카락 작가로 알려진 거리홍은 이번 전시에 3점의 머리빗 작품을 출품했다. 기성품이 아닌 머리카락으로 빚어낸 빗이다. 이 독특한 프로젝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머리를 빗어주던 당시의 추억을 반추하면서 시작되었다. 과연 사람은 가도 옛날은 남는 법.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할머니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할머니의 머리빗은 현재까지 다양한 형식과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리홍은 할머니를 영원히 추억하려는 듯, 머리를 빗겨주시던 할머니의 숨결을 짜깁기하듯 바느질로 두툼하게 엮어냈다. 또한 작가는 10여 년 동안 모아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동안 자신이 사용해온 여러 가지 형태와 기능의 빗들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 전시소개 >
작가는 이런저런 작법과 화법으로 특유의 ‘숨’을 담아낸다. 사용하는 재료의 물리적 특성이나 생김새 등을 존중하거나 재료나 안료의 고유한 심리적 성결과 만듦새와 길항하며 저마다의 고유한 호흡을 부여한다. 다양한 지지체나 재료에 쌓아올리듯 새기고 풀어 놓은 이야기 속에는 녹녹치 않은 삶을 살아내며 경험한 지혜와 슬프도록 아름다운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미래적 바람과 꿈 등이 켜켜이 배어 있다.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의 현실, 짧았던 지난 생에서 경험한 만남과 이별 이야기를 오롯이 반추하거나 곱씹어 낸다.
‘숨’이란 이렇듯 일상을 힘껏 삼투한 삶의 풍경으로부터 아스라이 잊힌 기억 저편에서 조우한 따스한 기운을 들춰내고 소환하려는 작업충동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과 세상 모두에게 선사하는 휴식과도 같은 풍경, 녹녹치 않은 상황 속에서 열심으로 이번 생을 살아내려는 바람 등을 반영한 총체적 기운이기도 하다. 작가가 살아내며 경험하는 삶의 현재적/미래적 풍경, 그 속에 녹여낸 작가의 사물시선과 예술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숨>은 네 명의 작가가 펼친 다양한 삶의 풍경과 숨결을 통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그러나 잔잔한 울림이 있는 공감 가능한 에피소드와 단상들을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네 명의 작가가 작업과정에서 대상이나 현상, 재료 등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추체험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작업의 모티프, 선택한 재료나 구사하는 기법은 제각각이고 선택한 재료나 기법 등 물리적 성질과 특성을 넘어 대체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저런 소음과 소리, 정겨운 그리움, 우주를 향해 비상하려는 듯 꿈틀거리는 기운, 삶의 무게감 등 화면과 오브제 켜켜이 스미어 있는 물리적/심리적 움직임과 흐름이 포착되거나 소리가 들린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에 녹여낸 섬세하고 따스한 들숨과 날숨 20여점이 그것이다. 백진기, 송하나, 유한이, 거리홍 등 네 명의 작가가 페인팅, 콜라주, 조각, 입체 등의 작업을 통해 불어 넣고 또 찾아내고자 했던 ‘숨’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것들은 세상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화면과 재료에 스미어 자리했는지를 살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예술공간수애뇨339 sueno339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길 339
339, Pyeongchang-gil, Jongno-gu, Seoul
02-379-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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