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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전시후기

최병소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2020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by 통통돈까스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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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 개인전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 WORKS FROM 1974-2020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20.11.26 ~ 2021.02.27

무료 전시 (네이버 예약 필요)

 

최병소 작가님의 초기 작품과 최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바뀐 모습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시각언어와 문자 언어 간의 해석 차이를 조금이나 느낄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1970년대 초기 작품과 최근의 작품을 병치시킴으로써 1970년대 초반 전위적 한국 실험미술의 태동과 단색화의 경향을 관통하고 있는 최병소만의 독특한 미술사적 위치를 재고하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 《意味와 無意味 SENS ET NON-SENS》는 작가의 작품 <무제>(1998)에 사용된 메를로 퐁티의 저서(1948)에서 가져왔다. 최병소는 예술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주류 체계를 부정하며 그 체계를 해체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 세계는 이성과 논리 세계의 무의미함을 주장하고 경험과 물리적 경험성의 중시를 주장했던 메를로 퐁티의 세계관과 그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사진을 이용해 만들어진 <무제 9750000-1>(1975)과 의자 위에 사물을 놓고 촬영한 사진과 문자를 결합한 <무제 9750000-2>(1975)는 사진의 시각 이미지를 언어로 해석 또는 지시해 놓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사진의 이미지는 이를 형용하는 문자와 결합되어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게 되며, 의미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어긋남을 의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닐고 있는 두 마리의 새와 그 상황을 설명하는 언어의 결합, 의자에 올려진 사물들과 그 사물을 지시하는 단어들의 결합에서 관람객은 도리어 상황과 현실을 담을 그릇으로 언어가 가진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1970년대 당시의 작가는 이렇게 시각언어와 문자 언어 간 해석의 차이를 노출시키는 작업을 통해 시각 예술이 언어이자 개념의 영역임을 인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에 의하면 이 의자 설치는 학교의 교실, 학급의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질서에 순응한 집단과 그로부터 이탈한 개인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읽어볼 수 있다. 그는 빈 의자들을 사용해 화자와 청자의 관계,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연출함으로써 사회의 규율 속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과 흔적만 남은 개인의 역할에 대해 되묻고 있다.

 

일상의 물건을 작업에 사용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던 최병소 개인과 예술가의 열망을 표현하는 방식은 현장 설치 작품 <무제 016000>(2016)에서도 이어진다.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이 설치 작품은 옷장에 걸려있는 세탁소 철제 옷걸이 한 개를 즉흥적으로 구부려 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세로 7미터, 가로 4미터를 덮은 8천여 개의 가벼운 옷걸이들은 구부러져 백색의 선으로, 그리고 단색의 공간으로 먹먹하게 펼쳐진다. 이 옷걸이들은 신문 지우기 연작의 연필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최병소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신문 지우기 연작 또한 그가 평생을 매진해온 실험적 정신의 실천이다.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은 일상의 사물을 지지체와 화구로 선택해 탄압의 대상이었던 신문을 까맣게 지우며 사회에 대한 저항의 몸짓을 기록해 나갔다. 오늘날 최병소의 신문 지우기 작업은 자신을 지우는 움직임으로 읽어볼 수 있다. 

 하찮은 물건과 행위 모두 그 시대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음을 직시함으로써 예술을 생산해내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이르고 있다. 예술과 반예술,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열린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시대를 증언하는 최병소의 실험적 태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ARARIO GALLERY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84

화요일 ~ 토요일 11:00 ~ 18:00 (일, 월요일 휴관)

www.arario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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