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 개인전 잉걸불과 깜부기불
2021.03.17 ~ 2021.04.11
갤러리밈
무료 전시
서민정 작가님의 작품은 2019년 제6회 종근당 예술지상 전에서 처음 봤는데요. 바로 위의 그림인 붉은색 갈대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작품을 보는데요. 전시장에 작가님이 계셔서 반가웠습니다. 새로운 작품도 보고 기존에 봤던 작품도 보고 다음 전시가 기다려집니다.
< 작가노트 >
‘손이 말을 듣지 않던 그때’ 라고 한 시기의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는 명백히 틀린 얘기다. 오히려 그때의 손은 스스로 길을 찾아 내가 무엇을 따라가면 좋을지 주도적으로 알려주었다. 심한 난시가 보는 불빛처럼 포인트가 없는 열망으로 똘똘 뭉친 한 시기에 지고지순 몸과 마음을 어딘가 바쳐야 할 것 같았던 ‘그 때’들을 떠올려본다.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면서 그 핀잔의 서글픔은 오롯이 내가 느끼던 때를 기억한다. 배에 몸을 싣고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는 대신에 말을 듣지 않는 손을 쫓아가며 경험했던 시도와 실패의 공회전을, 환호와 침묵을 기억한다.
나는 이제 그것들을 바다에 던지고 그 배에서 내리기로 하면서, 그렇다면 내가 손수 바다에 던질 것, 던져질 것들을 하나씩 애정 어리게 배웅할 것 이라는 두 가지 계획을 세워본다. ‘세이 굿바이’하려니 한 시기의 열망과 절망에 생각하게 된다. 속도가 붙고 마찰음이 커지고 열이 오르고 굉음이 일기도 하고 낮과 밤이 바뀌어도 무관했던 그 열망은 사실 그 반대의 절망에서 피어났다. 열망이 커져 가던 그 시기는 깊은 절망 속에 있었던 때로 이 둘은 다른 온도의 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자, 그러면 어떻게 ‘세이 굿바이’할 것인가. 불을 붙인다. 막대를 세우고 반복해서 마찰을 일으켜 구멍을 내며 원시적으로 불을 지핀다. 천을 덮어주거나 수의를 입히기도 한다. 깨뜨릴 수도 있다. 손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손을 타게 하고 굿바이 쪽지를 쓸 수도 있다. 태워 나온 재는 바람에 훅 날려 보내거나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는 대신에 말을 듣지 않는 손을 쫓아가며 항해하던 그 바다에 던지고 나는 그 배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 배에서 내린다고 똑 부러지게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되겠다’와 ‘안되겠다’, ‘뜨겁다’와 ‘식었다’, 혹은 손이 말을 잘 듣거나 안 듣는, 아니면 삶과 죽음, 열망과 절망 같은 그런 온도차와 거리감. 그 사이에서 헛도는 굼뜬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2019 제6회 종근당 예술지상 작품도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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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5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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