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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시후기

이현 개인전: 아주 사적인 날씨 (온수공간)

by 통통돈까스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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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개인전: 아주 사적인 날씨

2022.02.17 ~ 2022.03.14

온수공간

무료 전시 (별도 예약 필요 없음)

온수공간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월요일 ~ 일요일 12:00 ~ 19:00

< 전시 소개 >

우리는 매일 많은 것들을 보면서 살아간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는 우리로 하여금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수많은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예전에 사진은 실제를 대신하는 하나의 증거가 되었지만, 요즘은 손쉽게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그만큼 보이는 것을 다 믿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포화인 시대, 볼거리도 넘쳐난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본다. 그래서인지 눈을 감아도 수많은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수많은 종류의 볼 것들 중에서 무엇을 볼 지 결정하는 것마저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이미지 과부하의 시대를 살아가는 회화 작가는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그리고 있을까? 


이현의 이번 전시 <아주 사적인 날씨>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대부분 순지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보니 검정색과 바탕의 종이색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분명 총 천연색, 초고화질로 펼쳐진 우리 앞의 수많은 이미지들과 다른 인상을 준다. 감상자는 오래된 흑백사진을 마주할 때처럼, 자신의 상상력을 활용해 멈춰 있는 한 장면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펼쳐질 법한 이야기를 쫓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치 내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물결치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표면이다. 이러한 선들은 산-집-길-언덕 할 것 없이 화면 전체를 유기적으로 가득 메우며 이어진다. 빈틈없이 꽉 채워진 화면은 대체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려져 있는데, 이것을 바라보고 그리는 사람이 꽤 높은 공간에서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것 같다. 앞서 선들이 ‘내장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내장 같은’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visceral은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강력한 감정에서 오는, 본능적인’이라는 뜻 역시 갖고 있다. 이현의 이러한 선들은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처럼 강력하게 다가온다. 이는 기괴하게 보이면서도 동시에 귀여운 이중성을 가진다. 또한 하늘 위에 부유하고 있는 커다란 구름과 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을법한 사람의 부재가 눈에 띈다. 그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마을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걸까? 

 

이현의 작품에서 ‘집’은 안정, 편안함, 안락함, 평온, 휴식, 추억, 향수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이동’은 변화, 불안, 결핍, 위태로움을 나타낸다. 여러 개의 집과 그 집들 사이를 이동하는 탈 것, 그리고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커다란 구름까지. 그의 작품은 정주와 이동이 공존하는 경계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의식의 세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과거의 기억이나 트라우마, 욕구는 꿈이나 실언, 실수, 농담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작가는 상상적 세계를 현실에 노동집약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일종의 자기 치유를 경험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상자는 이러한 무의식적 욕망의 무대, 장면을 보면서 현실의 질서와 제약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세계를 탐험한다. 

- 최정윤 독립 큐레이터

출처 : 온수공간

 

온수공간

https://www.onsu-gongg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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