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소성전
PLASTIC RUINS
2020.01.29 ~ 2020.02.29
을지로 OF
관람료 : 3,000원
을지로3가역 6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갤러리입니다. 그리고 이 곳은 입장료가 있는 곳입니다. 을지로 6번 출구로 나와 처음 나오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식당이 있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되는데, 녹색의 을지로 OF 간판을 찾으면 됩니다.
요즘 을지로는 노포와 새로 생겨나는 카페 및 음식점들로 인해 핫한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을지로 3가, 4가 일대 도시 재개발로 인해 변화가 빠른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 재개발로 변화를 겪으면서도 유지하고 있는 을지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전시입니다.
갤러리는 5층에 있습니다. 계단에 친절하게 "힘내십시오. 거의 다왔읍니다"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을지로 OF 갤러리 입구입니다.
< 박지원 >
박지원은 ‘서울 어딘가를 '성 (聖)’과 ‘속(俗)’의 경계지점으로 설정하여, 이 관계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미감을 주목한다. '서울 어딘가’는 자율성이 지나친 나머지 생존을 위한 목적만 남아있다 박지원은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난 목적이 아이러니하게 자신만의 미감을 만드는 순간율 그린다. 목적만 남아있는 디자인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목적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역동적이다. 목적은 뚜렷할수록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솔직하다.
작가는 ‘서울 어딘가’의 시장을 탐방하며 발견한 이상한 풍경과 미감을 회화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자신이 엉뚱한 미감을 느끼는 이유를 고전 철학의 개념을 빌리거나, 동음이의어 또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한자 합성어로 지은 작품 제목을 통해 드러낸다.
< 오제성 >
오제성은 ‘서울 어딘가’에 위치한 시장을 스치고 채우는 것들을 쫓는다. '서울 어딘가’를 채우는 물 건너온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시장으로 들어오기도 떠나기도 한다. 종종 그 물건은 성전(聖殿)에 있을 법한 각종 신의 도상을 흉내 내는 데, 이에 착안하여 작가는 시장의 물건들을 ‘신(神)’으로 비유한다. 신은 때로 성스럽게 여겨지면서도, 각종 종교의 형태로 우리 주변의 물건만큼이나 가까이에 있댜 게다가 ‘서울 어딘가’에서는 판매와 유통이라는 이름 아래 검은 비닐봉지에 담기고 신문지에 말려 이동할 뿐이다.
작가는 물건들이 끊임없이 이주함으로써 시장을 작동시킨다는 점을 포착하여, 물건이 움직이고,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을 기승전결의 서사가 있는 영상, 사진 등의 매체로 보여준다.
< 진철규 >
진철규는 현실의 소망이 초월적인 힘으로 드러나며, 그 욕구가 도시의 표면으로 뭉근하게 올라오는 상황을 관찰한다. 작가는 ‘서울 어딘가’의 낯선 모습과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서 나오는 ‘현대의 괴이(怪異)’를 발견한다 귀신과 마술이 없는 지금, 현대의 괴이(怪異)는 현실과 사람으로부터 생겨난다. 이것은 귀신보다 조금 더 위협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날것이며 흔하기에 익숙하다. 사운드, 설치, 사진 동으로 구성된 이번 신작을 통해 현대의 괴이와 그것이 주는 익숙한 느낌에서 ‘어딘가’의 작동원리를 찾아낸다.
작가에게 ‘서울 어딘가’의 시장은 화수분 같은 곳이다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들어간 사람이 둘이 되어 나오는 항아리나, 무언가를 넣고 찧을 때마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돌절구처럼 물건이 물건을 부르고 물건이 사람을 부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만들어내는 요술 같은 연쇄는 낙후되고 음습한 풍경과 어울려 비밀스러운 장막을 드리우게 된다. 하지만
조금 나아가 장막이 주는 낯선 불편함과 상투적인 모습을 들춰내면, 그곳엔 이미 알고 있었던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평범한 삶들이 나타난다. 작가는 물건이 만들어내는 요술 같은 신기루 뒤에서 삶을 대하는 가장 원초적인 원리와 규칙을 만난다.
< 전시소개 >
《가소성전: Plastic Ruins>는 ‘서울 어딘가 (nowhere)'의 작동원리를 탐구한다. ‘서울 어딘가’는 서울시에 있는 시장이다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맞춰 지속적으로 근거지를 옮겼고, 이동에 따라 자신의 외연을 조금씩 바꾸어야만 했다. 시간에 따라 주변을 흡수하고 복제하며 생존 방법 역시 바뀌었다. 많은 이가 시장을 떠나오고 찾아왔다. 결국 시장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것으로 채워지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였다. 시간과 분리된 듯한 시장의 낙후된 외관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새로운 건물 탓에 누군가는 그곳이 점차 사라질까 걱정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시장의 생명력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서울 어딘가’의 시장엔 미래를 약속하는 건실한 계획도 뾰족한 무기도 없다. 그곳은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본 전시는 ‘서울 어딘가’의 작동원리를 가소성전(可堅聖殿)이라는 단어로 함축한다. 가소성전(可嬰聖殿)은 ’가소성(可堅性)’과 '성전(聖殿)’을 합친 합성어다. 가소성 (可堅性)’의 ‘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의미하며, 성전(聖殿)은 성스러운 전당을 뜻한다. 서울 어딘가’의 시장은 자신이 통과한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 형상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에서 가소성(可堅性)을 보인다. 그 시장이 다루는 물건 중 상당수가 부처, 예수, 마리아, 무신도, 불교 탱화, 나한 등의 신상(神像)이라 ‘성전(聖殿)’이라고 이름 지었다. 역사와 함께 시장이 취급하는 물건은 곡식, 증고품, 생필품, 골동품 등 수없이 바뀌었지만 ‘시장’이라는 기능은 여전한 것으로 보아 작동원리가 마치 성전만큼 공고한 듯하다. 그러나 겉모습은 언뜻 성전의 폐허 (ruins)처럼, 과거의 물건과 지금의 풍경이 섞여 자신이 거친 시간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간의 혼적은 지금의 시점에선 낯설기만 하다. 역설적으로 그 낯선 외모는 많은 시간을 지내온 것에 대한 훈장이 되어 오히려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서울 어딘가’의 작동원리이자 존재방식을 탐구하려는 목적은 본 전시 장소인 을지로 OF를 향한 질문과 약간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OF는 을지로를 감도는 도시 재개발 서사에 잠식될 듯 잠식되지 않은 채로 2년을 지나왔다. OF는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혹시 비밀스러운 규칙으로 연명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 박지원, 오제성, 진철규는 왠지 을지로를 닮은 ‘서울 어딘가’를 연구 모델로 삼아 OF의 작동원리를 찾는다.
을지로 OF (을지로3가역 6번 출구)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5길 5-6, 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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