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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시후기

을지로전시 곽기곤 PIECES (엔에이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0.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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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곤 - PIECES 

KIGON KWAK - PIECES

2019.12.15 ~ 2020.02.05

n/a Gallery 엔에이갤러리

무료전시

 

 

곽기곤 포토그래퍼의 첫 사진전이며 서퍼이기도 한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들은 'SAND'와 'THAT SUMMER' 시리즈로 여름의 조각들을 선보인다. <PIECES> 전시를 위해 'That Summer' 시리즈의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쓴 음악을 500개 한정으로 뮤지션들과 컴필레이션 앨범을 진행했다.

 

 

조각, 조각

때때로 '한 조각'은 꽤나 정량적이고 물리적인 다어처럼 들린다. 어떤 규모를 가진 전체에서 정교하게 도려낸 한 부분, 혹은 그 무언가를 구성하는 기본값으로 해석되는 것에 큰 오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기원과 출처를 알 수 없이 갑작스레 존재자체를 드러내는 물성 그대로를 '한 조각'이라고 일컬어도 어색함이 없다. 그러니까 빼곡하게 밀려드는 햇볕을 '한 조각의 햇살'로 부른다던가 지나간 기억을 '한 조각의 추억'으로 이름짓는 식의 진부한 시적 허용에도 '조각'은 관대하다. 그렇다면 전체를 대변하는 부분으로서의 조각이 아닌, 그 조각 자체로 존대의 디폴트 상태를 내재한 조각들도 분명 있을 테다. 조각들 사이의 연결고리나 조각이 내제하고 있어야만 하는 의미를 중요하지 않다. 그 조각 사이를 잇는 내러티브의 유무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 '조각'이란 꽤나 추상적이로 매력적인 대상이다.

 

이따금 사람들이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사진을 보면서 지나간 기억의 일부에 잠시 다녀온다던가 아직 직접 보지 못한 세상의 단면을 일종의 정보로 학습한다. 혹은 사진을 통해 말하려는 내용이 있다는 짐작으로 그 의미를 덧입힌다. 이것은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다만 사진가의 눈으로 포착된 세상의 단면을 다시 나의 눈으로 보는 일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그 이미지가 물감이나 다른 물성을 지닌 물체로 각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본 것을 나 역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전제가 사진 보는 일을 살아있게 만든다. 빛에 대한 감도로 화각의 크기도 모두 다르게 태어난 고유한 인간들이 모여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즉각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진은 가장 순도 높은 현실의 눈인 셈이다.

 

이것은 어떤 사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곧 여름 나라로 떠날 곽기곤의 조각들에 대한 조각글이다. 곽기곤은 많이, 자주 본다. 보는 일에 게으름이 없다. 여름은 그를 게으름에서 지금보다 더 멀어지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가 새로 볼 것들을 궁금해 할 것이다. 앞으로 그의 변모에 따라 조각의 모음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그 조각은 내가 보지 못한, 오직 그만 볼 수 있는 조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 Agency Rary

 

 

n/a Gallery 엔에이갤러리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5길 27, 2-3층

https://www.nslasha.kr/

https://www.instagram.com/nslash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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