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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시후기

김광문 개인전: 시간의 연금 (인디프레스)

by 통통돈까스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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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문 개인전: 시간의 연금

2022.06.24 ~ 2022.07.17

인디프레스

무료 전시

 

인디프레스 INDIPRESS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31

화요일 ~ 일요일 11:30 ~ 18:30 (월요일 휴관)

 

경복궁에 위치한 인디프레스에서 진행되는 전시입니다. 시간의 연금이라는 제목이 작품과 잘 맞는 전시인데요.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색을 시간을 들여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결과물로서 작품의 과정에 집착하는 작가는 작품의 양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평면의 세계에 있는 꽃과 풀, 과일 등을 보면 작품에 쏟아낸 시간이 느껴집니다. 빈티지 가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작품처럼 인디프레스 계단을 오르면 벗겨진 페인트 밑으로 다른 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디프레스 근처에 보안여관, 아트사이드갤러리, 아트스페이스3, 대림미술관이 있습니다. 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3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함께 방문해보세요.

< 전시 소개 >

인간의 존재양식을 규정하는 거대한 범주로서의 시간이라는 명제를 생각해보며, 인간 삶을 포함한 모든 현상에 녹아있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각 가능한 형태로 표현해보려는 김광문 작가의 오랜 의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해 봅니다. 80년대 들어서며 본격적인 화력을 시작한 작가의 작품들에 일관되게 내재된 바는 ‘형상의 질료화’를 진행하여 새로운 형상의 탄생을 시도하고 있다는 바입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인간 삶 혹은 작가의 인생과 함께해온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애정과 교감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거나 기록이라는 인상을 가져보게 됩니다. 작가의 작업실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작품 제작에 필요한 단촐한 화구들과 손때 묻은 사물들이 서책과 함께 책장 속에 놓여 있는데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주된 이미지들이기도 합니다. 지척의 사물들 일지라도 인생의 흐름 속에서 인연처럼 손에 들어온 내력 있는 물상일 것이며 그의 화면에서 배열되고 확장되어 새로운 존재감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모든 행위들이 향하는 지점은 사물들에게서 추출해낸 시간이라는 추상을 통찰하여 예술작품으로 구현해 보려는 기나긴 탐색의 여정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의 문화사 속에도 실사구시의 학자들과 예인들은 전통과 새로운 문명을 함께 접목하여 변혁기를 현명하게 대면하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심사를 잘 대변해주었던 일명 ‘책가도’를 후인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인문과 시대정신을 만나 더 이상 절대적 위상을 위한 장식이나 배후가 아닌 독자적인 궤적으로 등장하는 귀한 징후였던 그 전형에 대하여 작가는 어느 때부터인가 심취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형식과 내용을 탐구하고 음미하고 변주해 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대상을 질료화하는 원동력임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본질은 질료에 있다고도 합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는 긴 세월을 살아남아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형태이겠지만 해체되고 가공되면 집이 되고 종이가 되고 선지자의 형태도 되겠지요. 때로는 타버려 온기가 되고 연기로 화하여 흩어져버리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한 질료의 잠재력과 현실태로서의 형상의 존재라는 두 개념의 관계에는 너무나도 무의식적인 시간과 어떤 역동이라는 정신적 태세가 팽팽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술 범위에서 그 역동을 ‘심미’라고 할 수 있다면 작가의 심미적 요체는 상황과 사물을 평면화하거나 기호화하여 실제로부터 해체하고 다시 구축의 재료로서 사용하는 방식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맘에 안 들어 부숴버렸어’라는 구어를 자주 드러내고 작업실이라는 반경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지독한 은둔의 결과물로서 제작된 작품의 양이 너무 적다는 점 등을 정리해보면 작가가 얼마나 과정에 집착하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작가의 태도에서 예술의 고귀함에 대한 진심 있는 존중과 사물의 고유한 형태와 그에 깃든 의미들에 대한 순정한 매료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도한 인간 정신의 탐색 영역으로 첨예하게 진화하고 있는 예술이라는 화두 앞에서 작가의 존중과 매료가 발휘하는 위력을 유심하게 관전해본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여겨지는 것입니다.

- 인디프레스 김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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