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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시후기

21세기의 회화 (인디프레스 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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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회화 Painting of 21st Century

참여작가 : 곽남신, 김희연, 배주은, 이현우, 최수인, 최은경

2022.09.01 ~ 2022.09.18

인디프레스 갤러리

무료 전시

 

인디프레스 갤러리 INDIPRESS GALLERY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31 

화요일 ~ 일요일 11:30 ~ 18:30 (월요일 휴관)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일상 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일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들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미술도 그중의 하나인데요. 3D, VR, AR 등 기술을 도입한 전시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매체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회화만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회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자신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전시 소개 >

눈이 바쁜 세상이다. 볼 것이 넘쳐나고, 우리는 그것을 언제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쥔 신인류에게 데이터화된 이미지와 텍스트는 두뇌의 일부가 되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이처럼 폭주하는 데이터 속에서 지금 우리의 화가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이번 전시의 작가들의 대답을 들어보자.

곽남신(Kwak Namsin, b. 1953)은 폭주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그림자와 실루엣을 통해 이미지의 원시적 기원을 고찰한다. 짧은 노끈과 철선이 형상으로 변이하는 순간은 이미지의 마법 같은 기원을 재현한다. “미래의 회화는 새로운 미디어의 감수성을 닮아갈 것이다. 그러나 소수는 그것에 저항할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곽남신의 회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각세계 속에서 이미지의 원초적 생명력을 되뇌게 해준다.
김희연(Kim Heeyon, b. 1985)이 포착하는 세계는 스펙터클한 도시도, 빼어난 풍경의 대자연도 아니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공간을 신선한 시선으로 낯설게 그려낸다. 일상 공간이 지닌 소박한 내러티브를 미묘한 분위기와 색감을 더해 생생히 되살리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방식을 통해 일상을 재발견하고 그 느낌, 그 존재를 화면 속에 봉인한다. 그에게 “장소들은 하나의 작은 역사이며, 그 존재를 기억하게 하는 흔적이며 자취다.”
배주은(Bae Jueun, b. 1985)은 가벼운 연필로 가볍지 않은 삶의 근원을 잡아내려 한다. 종이 위에 드로잉처럼 연필의 필선을 쌓고 긁어내기를 반복하면서 큰 덩어리를 빚어나가는데 그는 이것을 ‘종이조각’이라고 부른다. 그는 “끝없고 반복적인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생명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기록한다. 연필로 깎아내고 붙이듯 만든 흑연의 둥근 형상은 그에게 보름달처럼 따뜻한 마음의 풍경이 된다.
이현우(Li Hyunwoo, b. 1990)는 찰나 같은 일상의 온도와 질감을 기억하고 그것을 붓질 속에 담아내려 한다. 그것이 캔버스 위로 전이되는 순간, 그 짜릿함을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형체들과 매순간 변하는 빛이 만나 불씨를 만든다. 그 찰나의 스파크를 캔버스로 옮긴다. … 그림 위로 불씨가 번진다.” 그에게 회화란 일상을 하루하루 새로운 리듬으로 재현해내는 불꽃같이 타오르는 신비의 세계이다.
최수인(Choi Suin, b. 1987)의 그림은 바다와 바위, 나무 등 일반적으로 풍경화를 구성하는 자연물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마치 감정과 개성을 가진 개체로서 화면 위에 존재한다. 각각의 그림 속에서 바위와 나무는 서로 의지하고 반목한다. 작가의 개인적 삶 속에서 발생하는 타인과의 관계는 자연물에 투사됨으로써 보는 사람 모두가 공감 가능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과잉 감정의 가짜 상황을 한 번 더 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은경(Choi Eunkyung, b. 1970)의 시선에서는 아스라이 번지는 대기가 느껴진다. 화면 속에 장막처럼 드리워진 대기는 마치 어떤 사건이 발생 할 것만 같은, 혹은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의 제목에서 드러나는 지명은 그 풍경의 역사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머지않아 모호한 대기 속으로 침잠한다. 그는 이것이 “‘어제’에서 비롯된 오늘 같은 앞날의 풍경을 ‘그리움’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라고 기록한다.
이 전시의 작가들은 한결 같이 미술을 개인의 풍부한 감성의 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과 일상의 삶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넘쳐나는 현대의 시각문명의 홍수를 유유히 헤엄쳐 넘어가려는 듯 보인다. 작은 서사의 위대함을 진지하게 그려나가려는 이들의 태도는 이미지의 본원적 힘을 되살리기 위한 전위적 움직임으로, 이 움직임이 21세기 시각문화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술사)
출처 : 인디프레스 갤러리
 
 
인디프레스 갤러리 INDIPRESS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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