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개인전: Rambling Rose
Hyunjung Kim: Rambling Rose
2022.09.07 ~ 202210.15
유아트스페이스
무료 전시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71길 10 2층
화요일 ~ 금요일 10:00 ~ 18:00 /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관)
봄이 오면 많이 떠오르는 꽃이 있는데요. 5월 하면 장미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을에 장미를 보는 것은 어려운데요. 회화를 통해 아름다운 장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작품의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합니다. 장미는 빨간색을 띠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요. 붉은 핑크빛을 띠는 장미부터 검붉은색까지 아름다운 장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전시 소개 >
순간을 머물게 하라 – 김현정의 회화
어릴 적 오월이면 아파트 단지의 낮은 울타리에 붉은 덩굴장미가 잊지도 않고 피었다. 특별히 이쁘지도, 많이도 피어 그다지 귀하지도 않은 그 장미는 건너 공원에도 옆 동네에도 많았던 것 같다. 김현정은 근 3년 동안 덩굴장미를 많이도 그렸다. 크게도, 작게도 한 낮의 그 꽃도, 밤의 그 꽃도 참 많이 그렸다. 그는 왜 장미를 그렸을까?
풍경, 아니 순간을 그리다
김현정은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부정해야겠다. 덩굴장미에 이르러 그가 그려 온 것은 그저 풍경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전의 몇몇 작품은 정말 풍경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얼어붙은 개울가의 아이들, 밤의 주차장, 한 겨울의 공터는 정말이지 풍경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려는 아이의 찰나와 한 밤 주차장의 적막을 포착하는 스냅 촬영의 구도, 한 겨울 공터에서 눈 쌓인 덤불 사이로 비추는 햇살의 묘사는 그가 그린 것이 그저 보이는 세계 자체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김현정의 회화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오롯이 그 순간을 그리기
그의 회화를 이해하기 위한 단서가 하나 더 있다. 고집스레 유화를 고수하는 김현정에게 중요한 것은 다르게 그리는 것이다. 원래 화가에게는 소위 양식이 중요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인상주의 화풍을 쉽게 구별해 내는 것, 그림만으로도 누가 그렸는지를 헤아려 낼 수 있는 것은 터치 하나하나가 규합하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그 양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현정은 손에 그림이 익어 양식에 매몰되는 것을 결연히 거부한다. 그가 그의 캔버스에 남기고자 한 것은 자신의 몸이 세계와 조우한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폭에 남은 건 기억의 질감이다. 우연히 마주했고 다시 찾으러 하자 그새 철거되어 버린 여름의 덩굴장미는 그가 꼭 기록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순간을 기록하고자 한 화가에게는 그리는 주체인 화가도 순간 속에 녹아내려야 할 존재가 된다. 작가가 포착한 순간은 다른 터치, 다른 질감, 다른 그림으로 남는다.
그래서 여기 지금의 몸
이제 그 그림은 그의 손, 손이 남긴 물감의 결을 통해 남았다. 그래서 지금 여기 그의 덩굴장미는 각각이 오롯이 하나이며 그 색, 그 터치, 그 질감은 나에게 몸으로 호흡해 전달되어 그렇게 새겨진다. 그가 물감으로 체현한 그날의 그 장미와 대기, 햇살의 결은 다시 나에게서 지금 이 순간에 마주하는 체현의 순간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그가 포착한 순간을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고 관객에게 지금 여기서 오롯이 경험하기를 권한다. 이제 우리는 김현정의 회화를 경험이자 사건으로써의 회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그리고 그렇게 김현정의 회화는 순간의, 그리고 다시 필연의 회화가 된다.
회화의 기원은 전장에 나가는 연인을 떠나 보내기 전날에 여인이 벽에 드리운 연인의 그림자를 그린 것이라고 전한다. 그림은 이렇듯 그 시작부터 사라져 없어질지 모를 대상을 영원히 머물게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닿아 있다. 다만 김현정의 회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단지 찰나의 대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그의 기억, 대상과의, 순간과의 교감이라 부를 수 있을 그 순간을 그 순간에 입각한 물감의 질감, 색, 터치로 제일 그 순간이게끔 그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작가는 순간들을 모아 머물게 하는 동시에 그 순간에 우리를 초대한다. 다시 여기서 그 꽃을 들여다보자. 무수히 마주했던 그 꽃은 지금 이 순간에 당신에게 다르게 말을 건넨다.
출처 : 유아트스페이스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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