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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시후기

김현정 개인전: Rambling Rose (유아트스페이스)

by 통통돈까스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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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개인전: Rambling Rose

Hyunjung Kim: Rambling Rose

2022.09.07 ~ 202210.15

유아트스페이스

무료 전시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71길 10 2층

화요일 ~ 금요일 10:00 ~ 18:00 /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관)

봄이 오면 많이 떠오르는 꽃이 있는데요. 5월 하면 장미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을에 장미를 보는 것은 어려운데요. 회화를 통해 아름다운 장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작품의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다양합니다. 장미는 빨간색을 띠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요. 붉은 핑크빛을 띠는 장미부터 검붉은색까지 아름다운 장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전시 소개 >

순간을 머물게 하라 – 김현정의 회화

어릴 적 오월이면 아파트 단지의 낮은 울타리에 붉은 덩굴장미가 잊지도 않고 피었다. 특별히 이쁘지도, 많이도 피어 그다지 귀하지도 않은 그 장미는 건너 공원에도 옆 동네에도 많았던 것 같다. 김현정은 근 3년 동안 덩굴장미를 많이도 그렸다. 크게도, 작게도 한 낮의 그 꽃도, 밤의 그 꽃도 참 많이 그렸다. 그는 왜 장미를 그렸을까?

 

 풍경, 아니 순간을 그리다

 김현정은 풍경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부정해야겠다. 덩굴장미에 이르러 그가 그려 온 것은 그저 풍경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전의 몇몇 작품은 정말 풍경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얼어붙은 개울가의 아이들, 밤의 주차장, 한 겨울의 공터는 정말이지 풍경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려는 아이의 찰나와 한 밤 주차장의 적막을 포착하는 스냅 촬영의 구도, 한 겨울 공터에서 눈 쌓인 덤불 사이로 비추는 햇살의 묘사는 그가 그린 것이 그저 보이는 세계 자체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김현정의 회화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오롯이  순간을 그리기

 그의 회화를 이해하기 위한 단서가 하나 더 있다. 고집스레 유화를 고수하는 김현정에게 중요한 것은 다르게 그리는 것이다. 원래 화가에게는 소위 양식이 중요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인상주의 화풍을 쉽게 구별해 내는 것, 그림만으로도 누가 그렸는지를 헤아려 낼 수 있는 것은 터치 하나하나가 규합하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그 양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현정은 손에 그림이 익어 양식에 매몰되는 것을 결연히 거부한다. 그가 그의 캔버스에 남기고자 한 것은 자신의 몸이 세계와 조우한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폭에 남은 건 기억의 질감이다. 우연히 마주했고 다시 찾으러 하자 그새 철거되어 버린 여름의 덩굴장미는 그가 꼭 기록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순간을 기록하고자 한 화가에게는 그리는 주체인 화가도 순간 속에 녹아내려야 할 존재가 된다. 작가가 포착한 순간은 다른 터치, 다른 질감, 다른 그림으로 남는다.

 

그래서 여기 지금의 

이제 그 그림은 그의 손, 손이 남긴 물감의 결을 통해 남았다. 그래서 지금 여기 그의 덩굴장미는 각각이 오롯이 하나이며 그 색, 그 터치, 그 질감은 나에게 몸으로 호흡해 전달되어 그렇게 새겨진다. 그가 물감으로 체현한 그날의 그 장미와 대기, 햇살의 결은 다시 나에게서 지금 이 순간에 마주하는 체현의 순간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그가 포착한 순간을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고 관객에게 지금 여기서 오롯이 경험하기를 권한다. 이제 우리는 김현정의 회화를 경험이자 사건으로써의 회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그리고 그렇게 김현정의 회화는 순간의, 그리고 다시 필연의 회화가 된다.

 

회화의 기원은 전장에 나가는 연인을 떠나 보내기 전날에 여인이 벽에 드리운 연인의 그림자를 그린 것이라고 전한다. 그림은 이렇듯 그 시작부터 사라져 없어질지 모를 대상을 영원히 머물게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닿아 있다. 다만 김현정의 회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단지 찰나의 대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그의 기억, 대상과의, 순간과의 교감이라 부를 수 있을 그 순간을 그 순간에 입각한 물감의 질감, 색, 터치로 제일 그 순간이게끔 그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작가는 순간들을 모아 머물게 하는 동시에 그 순간에 우리를 초대한다. 다시 여기서 그 꽃을 들여다보자. 무수히 마주했던 그 꽃은 지금 이 순간에 당신에게 다르게 말을 건넨다.

출처 : 유아트스페이스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http://uart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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