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연 개인전 그의 산
Jayeon Kwon Solo Exhibition His Mountain
상업화랑 Sahngupgallery
2020.03.11 ~2020.03.29
수요일 ~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 일요일 13:00 ~ 18:00(월, 화요일 휴관)
무료전시
을지로 3~4가 일대에 갤러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상업화랑에서 전시가 진행되어 방문했습니다.
권지연 작가는 직관적인 관계가 없어 외우기 어려운 정보에 다른 정보를 연결하여 외우기 쉽도록 하는 기억술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권지연 작가에게 '그'라는 존재는 이 순간에 우리를 살게 한 중요한 개인이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감정, 이야기를 다양한 이미지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전시에 산, 원, 별이 많이 보이는데요. '그의 산'이라는 제목처럼 산과 산에서 볼 수 있는 원, 별의 이미지들을 종이에 연필로 그리거나, 종이로 표현하거나 그리고 세라믹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와 산에 대해 몰입하여 생각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업화랑은 건물의 가장 꼭대기층에 있습니다. 상업화랑이 있는 층만 전시를 하는데 이번에는 층계를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보세요
정상에서는 수평선까지 펼쳐져 있는 산맥을 볼 수 있다.
바위는 하늘과 만나고, 둘 다 푸른빛이어서 모든 차이를 약화시킨다.
남쪽으로 알뜰하게 경작되고 있는 서양 자두 빛깔을 띤 평야도 볼 수 있다.
이것은 무덤의 광경과 대조된다.
흰 구름 그림자가 평야를 건너간다.
그림자가 있는 곳의 빛은 월계수 잎의 초록이다.
작은 구름 수백 개로 구성된 이 구름은 느릿하고 편안하다.
마치 그 산이 그들 모두의 조상이기라도 한 것처럼.
- 존 버거, 『시각의 의미』 중에서
상업화랑은 을지로 3가 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세로 간판은 없어서 입구의 상업화랑 간판을 찾아야 됩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는 없고 마지막 층까지 올라가면 상업화랑 전시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전시소개 >
회상하기 위해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그때의 장소를 그린다.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가기도 하고 길을 잃은 그 자리에서 장소를 온몸으로 느끼며 공간의 정서를 작품으로 불러일으키는 작가 권자연이 있다.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He> 시리즈 그 두 번째로서 이번 전시는 아버지 '그'의 산을 주제로 다룬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그'라는 존재는 그냥 살다 간 한 사람에 불과한 것이 아닌, 이 역사에 이 순간의 우리를 살게 한 중요한 개인이다. 지금도 당신의 공간에는 다 알지 못한 채 담겨있는 역사들로 우리는 '그 어떤 장소'에 살고 있다. 장소와 사건 등을 기억해내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기술이다. 기억술은 변증가가 메모를 하지 않고 레토릭-rhetoric 수사학-으로서 지적이고 긴 구술을 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이 고전적이고 인간 본능에 기입된 기술을 방법으로 권자연 작가는 발견하고 수집하며 작업 언어를 진술해내고 있다.
이번 작품들에서 주로 표출된 조형적 이미지는 산, 원, 별이다.
아버지는 노래하는 꿈을 꿨다. 노래하기 위해 곧잘 산을 올랐다. 현실은 노래하는 꿈의 실현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노래하는 소리를 조용히 들어주었을 산. 그만의 산이 되는 순간의 경관. 눈부시게 비춘 햇살에 음영을 품은 잎사귀들로 표상된 수많은 원들, 그 꿈과 찰나가 알알이 별로 응고되어 떨어진 별 무덤.
부재하는 것을 더듬어가는 권자연 작가는 기억술에 의한 작업방식과 함께 기록적 속성을 가진 장소를 연필이나 볼펜으로 계속 그려내기도 하는데 이는 면을 생략하고 익숙한 선을 중단하고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말한 추상표현주의와 같이 선험적 경험에 의해 화가로서 이미 태어날 때부터 지닌 비재현적이고 비기표적인 혼잡한 감각들의 묘사선들을 그려나간다. 작가만이 화폭 위에 이 혼돈을 시작하고 순수 감각의 지시에 따라 손을 멈춰 마무리 짓는 드로잉들의 자태는 그녀가 자아내는 회화적 행위이다. 시각적 구조체들은 비정형화되어 불러일으키는 장소와 화폭 사이 이질동형의 관계적 닮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숲의 나뭇잎 하나하나 옮겨 채집하듯 연필로 원을 그려내고, 매만져 도자로 별을 굽고 쌓아 올려 무덤을 만들고.
두 개의 별로 화폭을 받히는 그녀의 작품 방식. 느낌과 정서를 시각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사태와 현상을 고스란히 일치시키는 정면성의 세밀한 재현 방식보다 오히려 회화적이고 서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아버지 시대가 개인의 삶 보다 공동체와 가족을 위해 살아간 경험들은 우리 시대로 연결되어 공통 감각으로 전이되어
우리가 삶을 대하는 것에 위안과 공명을 일으킨다. 그 내밀하고 단단한 심급의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의 산'과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그 산이 우리 모두의 조상이기라도 한 것처럼' 저변의 이야기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간다.
< 작가소개 >
권자연은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painting을 수학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 학사, 석사를 취득하였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 가려져 있는 것, 지나쳐버린 것, 그래서 잊혀진 것, 이러한 것들을 환기시키는 작업들을 드로잉,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행위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공간과 그 공간이 기억하는 시간들을 발견하고 되살려내여 서로 이어주는 과정에 가까운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창동 레지던시, ISCP(미국), Vermont Studio Center(미국) 등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으며, 2017년에는 세운상가 벽들의 흔적들을 디지털 탁본이라는 기법을 통해 드러내는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상업화랑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43
https://www.sahngupgallery.com/
https://www.instagram.com/sahngup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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