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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시후기

평창동 미술전시 변이 구조(수애뇨 339)

by 통통돈까스 202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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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리, 박종진, 이은우, 차승언 - 변이 구조

수애뇨 339

2019.12.05 ~ 2020.01.12

무료전시

 

 

이 전시는 오늘의 사회에 상존하는 직접 경험의 부재와 비물질성에 대한 논평적 시선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시뮬라크르와 스펙타클로 수렴되는 일상의 문화적 경험을 대상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와 물질의 경험으로 환원하려는 시도이다. 오늘의 시각성은 이미지의 비물질적 유통 방식 속에서 모든 것을 평면으로 만들고 모든 것을 동일한 규격으로 수렴하는 것에 능통하다. 이러한 추체험은 신체의 구체적 경험이기 보다 직관의 끊임없는 반복의 결과이다. 이는 세계의 구조를 개별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나름의 구조와 성격으로 규정해 나가는 심층의 개별성을 위축시키는 경향을 지닌다. 미술이 태초부터 시각에 대한 물질화된 가능성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떠올리면, 오늘의 경험 방식은 미적 공간과 경험 모두에서 ‘물질로서의 미술’의 상실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외부 세계로부터 주관적인 단위를 추출하고, 그것의 반복과 축적을 통해 미적 구조를 구성해가는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이는 미디어 환경의 규격과 기술적 방식에 길들여져야 하는 경험 방식을 미술의 근원적인 주관성에서 시작된 질서와 패턴으로 치환하고자 함이다. 전시장은 외부 세계로부터 개별적인 단위를 생산하고, 그것의 반복과 축적에 의한 미적 구조를 지닌 작품들로 이루어진다. 각 작품의 구축은 엄격한 수열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것은 수리적 진리을 통한 것이 아닌, 작가의 주관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기하학적 패턴은 그 개별적 규칙을 동력으로, 변주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각 작품이 획득해 나간 ‘변이구조’는 잠정적인 세계의 모양이자 또한 어느 세계의 생성이다.

 

작품의 구조를 이룬 단위는 물질의 층위와 그 자체의 고유성을 그대로 발화하며, 때로는 중력에, 때로는 직관에 의해 쌓이고 놓이는 과정을 갖는다. 작품들은 모호한 사물, 접힘과 펼침, 섬유의 직조, 도예의 단층, 단위의 응결과 같은 다양한 매체적 접근 방식을 갖고 각기 다른 규범과 기준을 대상의 존재 방식으로 한다. 결국 이들은 특정한 기능을 향하거나 명료한 결과를 목적하는 것이 아닌, 변이구조가 도달하게 된 형태 자체가 작품이란 개체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이 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언어화된 개념적 접근 보다는 세계에 대한 즉물적 구조 사이에서, 관객의 시각적 경험과 촉각적 경험을 동시에 직조해 나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경험의 고유성 속에서 이 전시는 과거 미니멀리즘의 성과들이 도달한 현존성을 복기할 수도 있다. 작품들이 지닌 원초적인 단위의 반복과 구조의 변이가 제안한 세계의 형태 ‘안에서’ 우리의 신체는 예측불가능한 즉각적 변수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 관한 본질적 구조와 그 경험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경험하는 일이며, 물질로서의 동시대 미술이 제안할 수 있는 미적 경험에 관한 변화무쌍한 표층을 드러낸다.

- 구나연(미술평론가)-

http://sueno339.com/portfolio-items/1878/

 

 

수애뇨 339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길 339

http://sueno339.com/

https://www.instagram.com/sueno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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