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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시후기

부원희 개인전: 부엌과 거실과 식탁과 책상 (레인보우큐브갤러리)

by 통통돈까스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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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희 개인전: 부엌과 거실과 식탁과 책상

2022.05.20 ~ 2022.06.05

레인보우큐브갤러리

무료 전시

레인보우큐브갤러리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2길 6-19

수요일 ~ 일요일 13:00 ~ 19:00 (월요일, 화요일 휴관)

< 전시 소개 >

물감이 덕지덕지 발린 액자의 틀. 캔버스까지도 벗겨내고 안료만 남아 다시 나무틀을 감싼 회화는 그의 예술가로서의 삶에 출발이 되었던 회화과 미술학도로서의 연구 강령을 보여준다. 그러나 반전인 것은 그러한 안료 실험과 나란히 발견하게 되는 익살스러운 인형 눈알 자켓이다. 이 작품의 킬링 포인트는 트로트 가수의 의상과도 같은 화려함 이면에 더 소란스러운 청각적 자극이다. 인형의 눈알들은 얇은 투명 공간 속에서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삶의 비루함과 예술의 닿을 수 없는 듯한 숭고는 여기서 풍자된다. 이 자켓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그를 전시장에서 마주한다면 그것은 큰 행운일테다.

다음 방을 가득 채우는 것은 책들 그리고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해 일정 페이지 이상의 양장본에 쓰이는 가름끈이 길게 연장되어 만들어내는 폭포이다. 책은 완결되고 고정된 결과물이다. 권이적이고 꽉 막혀 있으며 그 사이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란 없어 보인다. 그 사이의 접시. 접시를 만들어 그는 책 사이에 꽂았다. 달그락 거리는 접시를 진열장에 꽂아 꺼낼 때마다 조심스러운 대신 책을 좋아하는 그는 책 사이에 접시를 꽂았다. 여기서 다시 예술은 삶으로 화하고 삶은 예술에게 말을 건넨다.

폭포를 돌아 나와 마주하는 의자에게는 하얀 그림자가 있다. 삶과 예술 사이에서 그 차이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그는 이제 보이지 않게 하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는 듯 존재하게 하기에 몰입한다. 그저 의자의 그림자는 소금으로 만들어지고 정성 들여 만들었으나 굽지 않아 언제 소멸될지 모르는 제기를 마주보는 족자에는 돌아가고 말 것을 그대로 두기. 에고로 만들어진 존재로만 여겨지는 예술가의 작업이라기에 그 존재를 무에 가깝게 만드는 작업. 그의 작업은 이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낮아지고 이 없음에 가까운 상태는 하나의 기도로 향한다.

- 배혜정

 

레인보유큐브갤러리 RAINBOWCUBE

http://www.rainbowcube-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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