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카이 오-오라 Isekai - Ora
참여작가 : 남다현, 순이지, 장승근, 한지훈
2022.08.03 ~ 2022.08.27
유아트스페이스
무료 전시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71길 10, 2층
화요일 ~ 금요일 10:00 ~ 18:00 /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월요일 휴관)
일본 서브컬쳐 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거나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이 이세카이입니다. 남다현, 순이지, 장승근, 한지훈 네 명의 작가의 유아트스페이스에 이세카이를 구축했습니다. 픽셀 로직으로 직조된 이미지들은 조금씩 열이 어긋나 있고, 거대화된 괴수는 확대된 만큼 점점 희미하게 흐려집니다. 순이지는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들을 우스꽝스럽지만 신랄하게 재현합니다. 남다현이 복제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피규어, 포켓몬 빵은 실물과는 다른 허술한 형태로 보입니다. 이미지, 소품, 드로잉 등으로 갤러리에 들어선 이세카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전시 소개 >
이세계전생(異世界轉生) 물, 소위 이세카이 물을 아시나요? 평범한 학생이거나 백수인 주인공이 어느 날 이세계로 떨어져 그 세계를 구할 운명에 처하는 이야기라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장르를 일컫는 명칭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일본 서브컬처 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거나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도착한 세계가 어떤 곳인지, 여기서 어떤 존재가 되는지, 무엇을 하는지 보다도 다른 세계에 간다는 그 자체가 장르의 이름이 되었다는 거예요. 즉 이세계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래의 세계, 즉 내가 현재 처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주인공이 당도하는 이 세계는 개인의 힘으로는 타개할 수 없는 사회적 모순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세속적 가치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원초적인 낭만과 매력으로 가득하고 나에게 친숙한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속의 이미지와 세계관으로 구성된 곳, 그래서 이 ‘세계’는 세계로서 견고하기보다는 단순하고 허술한 형태로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네 명의 작가가 유아트스페이스에 구축한 ‘이세카이’는 그런 세계의 어색함을 숨기지 않으려 합니다. 픽셀의 로직으로 직조된 한지훈의 이미지들은 디지털이 구현하는 엄밀하고 정확한 조형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미지가 깨진 걸까요? 조금씩 어긋난 열과 행이 만들어낸 글리치가 오히려 신경을 거스릅니다. 장승근이 소재로 삼은 특촬물 속 괴수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급격하게 ‘거대화’하는데, 이는 주인공에게 더욱 극적으로 패배하기 위한 전조에 지나지 않는 것이에요. 캔버스 속 괴수들은 확대되는 만큼 점점 희미하게 흐려집니다.
순이지의 드로잉은 이미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러나 신랄하게 재연합니다. 뉴스 가판대에 빽빽하게 들어찬 이미지들은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값은 거의 존재하지 않겠네요. 포켓몬은 언제나 열광의 대상이었지만 남다현이 ‘복제’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캡슐 속 피규어, 포켓몬 빵은 위조품이라는 지위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듯 허술한 형태이기에 조금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열화된, 복제된, 유격투성이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이 세계는 현실을 대체하기에는 다소 조악하고 빈약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트라위 왕국]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피드와 타임라인은 당신의 취향과 의견을 보호해줄 견고한 성채입니다. 관심과 호감을 갈구하는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도상들이 스크롤의 움직임과 함께 무한히 생성됩니다. 그것은 스마트폰 스크린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보정되고 왜곡된 화상들이 도처에서 더 나은 삶, 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제공하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이미지가 감각적 경험에 선행합니다. 이 ‘이세카이’ 속 현실은 과장되거나 축소되고 어떤 것은 더 선명하거나 더 흐릿하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의 진짜 리얼리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요. 어떤가요? 당신이 만들어낸 이 세계는 [트라위 왕국]보다 아름다운가요? 전시장 곳곳에서 마주치는 빈틈과 허술함이 거슬리게 느껴졌다면 이번엔 당신의 세계를 들여다볼 차례예요. 깨어나세요, 용사여!
출처 : 유아트스페이스
유아트스페이스 UARTSPACE
'2022 전시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비안 수터 (글래드스톤 갤러리) (0) | 2022.08.17 |
---|---|
스튜디오 렌카: I'm working on leaving (탕 컨템포러리 아트) (0) | 2022.08.17 |
빈틈없는 덩어리 Mass Without Gaps (일우스페이스) (0) | 2022.08.17 |
파라노말 오페라 (대안공간루프) (0) | 2022.08.07 |
김시훈, 유창창, 함성주: 레몬꽃닭날개 (전시공간) (0) | 2022.08.07 |
댓글